인간 발달의 속성에 대한 설명들은 고대 그리스의 문헌들에서도 자주 발견되지만, 인간 발달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19세기 후반부터 그 기틀을 잡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까지는 아기들이 이미 만들어진 성인의 축소판으로 세상에 태어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순히 아동과 성인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여겼다. 아동들의 신체, 언어, 인지 등의 능력이 성인과 다르다는 생각은 몇몇 학자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관찰한 결과를 세상에 내보이면서 서서히 움트기 시작하였다.
영국의 찰스 다윈이나 독일의 생리학자 Wilhelm Preyer 그리고 미국의 Stanley Hall 등의 연구들은 그때까지 사색적이며 철학적이던 아동 발달 연구를 보다 체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1950년대까지 인간 발달의 연구는 아동심리학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주로 출생에서 청년기까지의 변화과정만이 다루어졌다. 전 생애를 중심으로 한 개념은 1960년대 후반부터 새롭게 다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독일의 Baltes와 Brim은 당시 아동기에 국한되었던 연구영역을 생의 주기 전체로 확장하는 데 이바지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발달이라는 개념 또한 종래에는 비교적 좁은 의미로 사용되어, 수태에서 아동기 내지는 청년기에 이르는 상승적 변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쓰여 왔다. 즉 크기에 있어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기능에서 미숙하고 낮은 수준에서 원활하고 높은 수준으로 이행해가는 다분히 비가역적인 과정을 의미하였다. 과거의 발달 연구가 주로 아동기에 집중하였던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그러나 근래의 발달 개념은 일상적인 발달의 개념을 더 넓은 의미로 확장하여 변화라는 측면을 더 강하게 부각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 기능에서의 상승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하강적인 변화까지도 포괄한다. 이와 같은 발달 개념의 확장은 발달 연구가 아동기에 국한되지 않고 수태에서 사망에 이르는 전 생애에 걸친 모든 연령적 변화를 망라하도록 하였다.
발달은 성숙과 학습에 의한 변화 모두를 포함한다. 여기서 성숙은 내발적 성장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는 신체적, 심리적 변화의 출현을 말한다. 따라서 성숙은 학습과 같은 외적 작용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전인자에 의해서 미리 짜인 프로그램상의 순서에 따라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진보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더라도 생후 10개월이 되면 기어 다니고, 15개월 정도면 걸어 다닐 수 있다. 이와는 달리 학습은 경험의 결과로써 나타나는 행동의 지속적인 변화를 말한다. 성숙은 때론 학습의 전제조건이 되기도 한다. 타자기술의 습득을 위해서는 부단하게 훈련하여야 하지만, 타자에 요구되는 근육이나 지각능력의 성숙 없이는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발달심리학은 수태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동안 경험이나 학습과 그리고 유전인자의 내적 작용에 의한 심리적 그리고 생리적 변화를 기술하고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라고 요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할 때, 인간의 발달 과정에는 몇 가지 특징들이 존재한다. 첫째, 발달은 성인기 초기에 종료되지 않는다. 성인기 후기에 신체적인 능력이나 일부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전문지식이나 사회적 지능과 같은 영역은 나이에 비례하여 증가하기도 한다. 둘째, 각 기능의 발달속도 혹은 발달과정은 항상 일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신체발달은 유아기나 사춘기에 급속히 성장하고, 어휘 수는 취학 전에 급속히 발달한다. 지능도 문화적 지식으로서의 지능은 연령향상과 더불어 계속 증가하지만, 정보처리의 기초로서의 지능은 약 25세 이후부터 서서히 저하된다. 셋째, 발달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개인의 유전적 소인과 생활 환경에 따라 특정 기능의 변화과정이 다르게 나타난다. 넷째, 발달에는 순서가 있으며, 이 순서는 일정하다. 신체 및 운동발달은 이러한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머리에서 발 방향으로, 중심에서 말초로 그리고 전체활동에서 특수활동으로 발달한다. 발달에서 이와 같은 일정한 순서와 방향이 있다는 사실은, 곧 발달에서 이전단계는 다음 단계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유전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까?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까? 유전과 환경 혹은 천성과 양육의 문제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계속되어온 가장 오래된 논쟁 중의 하나이다. 플라톤은 인간이 특정한 지식을 지닌 채 태어난다고 믿었던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백지상태로 태어나지만, 생활 경험을 통하여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논쟁은 유전적 요인의 우세를 주장하는 데카르트의 추종자들과 경험적 요인의 우세를 주장하는 록의 추종자들 간의 논쟁으로 계속되었다. 생물학, 생리학, 그리고 해부학 등 과학적 지식의 발달은 환경요인보다는 유전요인의 영향을 지지하게 하였다. 1920년대에 급속도로 확산하였던 행동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유전보다는 생활 경험의 역할을 더 중시하게 하였다. 최근 들어 유전과 환경의 논쟁은 어느 것의 영향을 받았느냐보다는 두 요인이 인간의 발달에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는 문제로 변환되었다. 발달에서 유전과 환경의 상대적 공헌은 유전도로 표현되는데, 속성마다 각기 다른 유전도를 가진다. 눈동자의 색깔과 같은 단순한 특성들은 유전도가 거의 최고수준인 1.0에 가깝다. 지능은 약 0.5~0.7 정도의 유전도를 가진다. 이것은 지능이 환경요인보다는 유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0) | 2021.08.26 |
---|---|
피아제의 인지 발달 단계 (0) | 2021.08.26 |
심리학 자료수집방법 (0) | 2021.08.26 |
심리학 자료수집 (0) | 2021.08.26 |
심리학 기억의 유형 (0) | 2021.08.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