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심리학에서는 연구의 주제나 방법론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대결하던 학파의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과 심리과정의 본질에 대한 가정, 연구 주제, 연구방법론 등의 문제에서 하나의 통일된 연구접근법이 확립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심리학이 발전되는 과정에서 여러 학파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현재 심리학의 연구접근법은 대략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립되었다. 이들은 생리심리학적 접근, 행동주의적 접근, 인지적 접근, 정신분석적 접근, 인본주의적 접근이다.
현대심리학의 성립에는 생리학의 영향이 매우 직접적이었고 컸지만, 심리학사에서 생리심리학파라는 학파는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과 심리과정을 이해하기 위하여 인간과 동물의 생리학 또는 생물학적인 측면을 연구한 전통은 초기의 심리학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기계문명의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정교한 실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장치나 기계가 계속 발명되어 나옴에 따라 생리심리학적 접근의 발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생리심리학적 접근에서는 인간의 행동과 심리과정의 원인을 신체 내부의 생물학적인 조직체의 활동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주로 뇌와 신경계, 그리고 내분비선의 활동이 인간의 행동과 심리과정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연구한다. 나아가서 유전적 요인이 어떤 효과를 갖느닞에 대해서도 관심을 둔다. 이들은 연구의 용이성과 비용 및 연구상의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주로 동물을 이용하여 연구하지만, 인간을 피험자로 사용하기도 한다. 생리심리학적 접근은 주로 학습과 기억, 감각과 지각의 문제연구에 많이 사용되지만, 동기와 정서, 비만, 공격성 등 사회 심리적 문제의 연구에서도 훌륭한 접근법을 제공한다.
행동주의적 접근방법의 기본 가정은 인간의 행동은 외부적인 환경조건의 영향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과, 이런 행동의 법칙을 밝히기 위해서는 관찰이 가능한 객관적인 요소들만을 연구해야 하나 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접근에서는 환경 내의 자극과 유기체의 반응 간의 관계성을 밝히는 것을 연구의 기본적은 틀로 삼는다. 그래서 이 접근법을 S-R 심리학이라고도 부른다. 엄격한 행동주의자들은 유기체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수정된 관점을 갖는 신행동주의자들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개재하는 심리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둔다. 이 심리과정에 관한 연구는 자극과 반응 간의 관계에 관한 객관적인 관찰 결과에 근거하여 추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지금은 인지적 접근법에 밀려 그 영향력이 좀 퇴색한 감이 있지만, 행동주의적 접근은 아직도 심리학 연구접근법의 가장 기본적인 골격을 이루고 있다.
인지적 접근에서는 마음을 환경자극에서 오는 정보를 선택하고, 조작하고,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등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 본다. 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은 자극에 대해 기계적으로 반응하여 자동으로 진행되는 그런 수동적인 성격의 것이 아니라, 정보가 선택되고 재구성되고 해석되는 등의 능동적인 성격의 것이다. 그래서 행동의 직접적 원인을 마음에서 일어나는 이런 작용들, 즉 인지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고, 이런 인지 과정을 연구의 초점으로 삼는다. 행동주의적 접근에서도 심리과정에 대해 관심을 두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경자극에 대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그런 심리과정을 회의에 부치고 있다. 따라서 행동주의적 접근에서는 행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어디까지나 환격 자극이나 조건이라고 본다. 그러나 인지적 접근에서는 같은 외부자극이나 조건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인지적인 처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출력되고, 이 출력 결과가 종국적인 행동반응을 결정한다고 본다. 따라서 행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객관적인 환경자극이 아니라, 그 자극이 처리되는 인지과정에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내년 월급이 10%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하자.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사람들은 월급이 오르면 좋아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의 원리이다. 그래서 행동주의적 접근에서는 이들은 월급이 인상되었으므로 좋아하리라 예측한다. 그러나 인지적 접근에서는 인상률에 대한 해석이 어떤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인상률이 기대치와 같거나 더 높다면 좋아들 하겠지만, 더 낮다면 비록 월급이 인상은 되었지만, 이들은 실망하리라 예측한다.
정신분석적 접근에서는 사람들은 통상 자신의 행동 원인을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진정한 원인을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으며, 그 원인은 무의식 속에 들어 있다고 가정한다. 여기서 무의식이라고 한 것은 의식이 없는 혼수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과정을 말한다. 그래서 정신분석학에서는 개인의 행동이나 심리과정에 대해 진정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의식 속에 들어 있는 내용 보다는 무의식의 내용을 탐구해야 한다고 본다.
인본주의적 접근은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추는 존재라고 보는 점에서 위에서 살펴본 다른 접근들과 크게 차이가 난다. 그래서 사람은 다른 선행원인이 없이 자유의사에 의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접근들에서는 인간의 행동은 반드시 어떤 선행원인이 있어서 일어나는 것이지, 그런 원이 이 없이 자발적으로 또는 자유롭게 일어나는 법은 없다고 가정한다. 이것을 결정론이라고 한다. 예컨대 생리심리학적 접근에서는 뇌를 포함한 신경계와 내분비선의 활동에서, 행동주의적 접근에서는 환경자극에서, 인지적 접근에서는 인지 과정에서, 그리고 정신분석적 접근에서는 무의식적 동기에서 각각 행동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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